비타민 C 많이 먹을수록 건강에 좋을까?,비타민 C란 무엇인가?,비타민 C는 많이 먹을수록 건강에 좋을까?,농축된 알약 영양제의 부작용을 경고한 연구들,비타민 C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밝혀진 사실들,식품으로 먹는 항산화제가 영양제보다 더 좋은 이유
비타민 C는 영양제의 대명사로 통한다. 많은 사람들이 챙겨 먹는 대중적인 영양제이기도 하다. 감기에 걸렸을 때도 비타민 C를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 비타민 C는 면역세포 기능을 강화해 감기, 독감, 코로나 같은 호흡기 질환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는 효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비타민 C는 콜라겐 생성을 촉진해 피부를 탄력 있게 만들고, 멜라닌 생성은 억제해 기미·주근깨를 완화하며, 항산화 작용으로 피부 노화를 늦출 수 있기에 여성들에겐 필수 비타민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비타민 C는 피로 회복, 철분 흡수, 스트레스 완화, 심지어는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영양제 중 하나다.
수용성 비타민이니 부작용이 없어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주장도 있어, 요즘 하루 수천 mg의 비타민 C를 섭취하는 이른바 ‘메가도스 요법’(megadose·고용량 복용)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참고: 비타민 C 하루 권장량 100 mg).
하지만 우리 몸에서 필요한 영양소는 ‘다다익선’이 아닌데 이렇게 많이 먹어도 괜찮을까? 비타민 C에 대한 다양한 연구 논문을 통해 알아낸 사실을 소개한다.
PART ① 비타민 C란 무엇인가?
16~18세기 대항해 시대! 수개월씩 바다를 떠도는 선원들은 잇몸에서 피가 나고, 상처가 낫지 않고, 온몸에 피멍이 드는 병에 걸려 많은 이들이 죽어갔다. 이 병이 바로 괴혈병(壞血病, scurvy)이다. 포르투갈 탐험가 바스쿠 다가마의 인도 항로 발견 항해에서 180명의 선원 중 100명이 이 병에 걸려 사망했다. 당시에는 세균이나 영양소 개념도 없었다. 의사들은 “바닷공기 때문”, “게으름”, “체액 불균형” 같은 설명을 내놓았지만, 이 질병의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었기에 선원들은 계속 죽어갔고, 이 병을 해적 이상으로 두려워했다.4)
하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같은 배를 타도 어떤 사람은 괴혈병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멀쩡했다.
최초의 임상시험
1747년, 영국 해군 군의관 제임스 린드(James Lind)는 괴혈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서로 다른 식품을 먹이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는 분명했다. 레몬과 오렌지를 먹은 사람들만 회복되었다. 이 실험은 역사상 가장 이른 형태의 임상시험이었지만, 왜 이 과일들이 괴혈병을 낫게 하는지는 몰랐다. 많은 과학적 사실들이 연구의 초반기에 무시당하는 것처럼 린드의 보고도 당시 유럽 의사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후 영국 선원들은 린드의 조언에 따라 장거리 항해를 떠날 때는 레몬과 오렌지를 반드시 배에 실었다. 이러한 조치가 영국 해군이 더 막강한 힘을 가진 근원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후 복잡한 역사적인 과정을 거쳐 1930년대에 헝가리 과학자 알베르트 센트죄르지(Albert Szent-Györgyi)는 파프리카와 부신피질에서 괴혈병을 막는 산성 물질을 분리해 냈다. 그는 이 물질을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이라 명했는데, 이것이 바로 비타민 C로 명명된 물질이다. 아스코르브의 ‘아(a)’는 ‘없다’는 뜻이고 스코르브는 ‘스커비(scurvy)’에서 나온 말이니 “괴혈병을 막는 산성 물질”이란 뜻이다. 그는 이 공로로 193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비타민(vitamin)은 라틴어로 생명을 의미하는 ‘vita’와 유기화합물을 뜻하는 ‘amine’의 합성어로, 매우 적은 함량이지만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비타민 D를 제외한 모든 비타민들은 인체에서 합성되지 않기에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은 발견된 순서에 따라 알파벳이 차례로 붙어 A, B, C… 등으로 이름을 붙이는데, 아스코르브산은 비타민 A와 B에 이어 세 번째로 발견된 비타민이었기에 비타민 C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비타민 C와 관련해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사람과 유인원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동물들은 매일 자신의 몸에서 비타민 C를 합성해낸다는 점이다. 다만 사람은 포도당을 비타민 C로 바꾸는 생합성의 마지막 단계에 꼭 필요한 ‘굴로노락톤 산화효소(GULO; L-gulonolactone oxidase)’ 유전자가 약 4,000만 년 전 비활성화되어 작동을 못 하기에 비타민 C를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생존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왜 사람에게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그 이유는 우리 조상들이 살던 환경에 있다. 약 4,000만~6,000만 년 전 대부분의 초기 영장류는 과일이 풍부한 열대 숲에서 살았다. 그 결과 식단 자체에 비타민 C가 풍부했으며, 몸에서 따로 만들지 않아도 부족하지 않았기에 굴로노락톤 산화효소(GULO) 유전자는 기능을 서서히 잃어갔다. 필요하지 않은 기능에 대해선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진화의 기본 원리이며, 필요 없는 기능은 점점 사라진다. 굳이 체내에서 비타민 C를 합성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이 유전적으로 ‘채식’에 적합하다는 결정적인 증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간은 매일 신선한 과일·채소를 먹어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해야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PART ② 비타민 C는 많이 먹을수록 건강에 좋을까?
최근 이런 의문에 답이 될 만한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2022년,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2003~2006)에 참여한 9천9백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단순한 ‘섭취량(설문조사)’이 아닌 ‘혈중 비타민 C 농도’를 측정하여 신뢰도를 높이고, 평균 10년 이상 장기 추적 관찰해 비타민 C가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지를 조사했다.13)
연구의 핵심 결과는 의외였다. 비타민 C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이 더 증가했고, 낮아도 역시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U자형 곡선’을 보였던 것이다(그림 1참고). 비타민 C 적정 농도를 유지한 그룹은 사망률이 가장 낮았지만, 혈중 농도가 가장 높은 그룹(과잉 섭취 추정)은 적정 그룹과 대비해 총사망률이 33% 증가,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무려 60%나 증가했다.
이 연구는 관찰 연구이므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타민 C는 많이 먹을수록 건강에 좋다.”거나 “많이 먹어도 해롭지 않다.”는 말이 진리는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충격적인 데이터 “과학이 밝혀낸 60%의 공포”
비타민 C는 분명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적절한 비타민 C 섭취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가 반복해서 보고되어 왔다.14) 15) 하지만 이 연구의 메시지는 ‘적절함’과 ‘과도함’은 다르다는 것이다. 즉 이미 충분한데 더 넣는다고 해서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데이터로 증명했다.
비타민 C도 빈 곳을 채울 때는 약이지만, 넘치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타민 C 메가도스 요법에 대한 문제점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대표적으로는 고용량 섭취 시 옥살산 증가로 인한 ‘신장 결석’ 위험이다.
비타민 C는 체내에서 대사되면서 일부가 옥살산(Oxalate, 수산)으로 변환하는데, 옥살산이 소변 내 칼슘과 만나면 수산화칼슘(Calcium Oxalate)이라는 결정 형태의 물질이 된다. 이것이 바로 결석의 주성분이다. 고용량 비타민 C 섭취 시 소변 내 옥살산 증가로 인해 신장 결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비타민 C와 신장 결석에 대한 가장 큰 연구인 미국 간호사 건강 연구(NHS)에 참여한 여성 약 15만 명과 의료 전문가 추적 연구(HPFS)에 참여한 남성 약 4만 명을 11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기준량인 하루 90mg 이하(*미국 하루 권장량 90mg)로 섭취한 사람에 비해 하루 500mg 이상 섭취하면 29%, 하루 1000mg 이상 섭취하면 43%에서 더 많은 ‘신장 결석’이 발생했다. 흥미롭게도 이 결과는 남성에게만 해당되었고 여성에서는 관련이 없었는데, 이는 성별에 따른 대사 차이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물론 고용량을 오래 복용해도 문제 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분들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개인의 체험이 모든 사람에게 안전함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의학은 “누구는 괜찮았다.”가 아니라 집단 전체에서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데이터를 중심으로 본다. 명확한 이득이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고용량 비타민 C를 복용’할 필요가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참고로 우리 인체에는 약 1.5g의 비타민 C(20mg/kg)가 세포 및 혈액 속에 함유되어 있고, 매일 약 3%가 손실된다. 비타민 C는 하루 10 mg 정도만 섭취해도 괴혈병은 예방되고, 이는 레몬주스 15 cc를 마시는 것으로 쉽게 충족된다. 비타민 C 공급이 완전히 중단되고 1~3개월 정도 지나야 괴혈병 증상이 나타난다.
PART ③ 농축된 알약 영양제의 부작용을 경고한 연구들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 ROS)라는 독성 물질이 있다. 우리 몸은 포도당과 산소를 이용해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만든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다. 따라서 사람이 살아 있는 한 활성산소의 발생을 피할 수는 없다.
활성산소를 분자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유리기(遊離基, free radical)’라고 한다. 유리기는 다른 분자에서 전자를 빼앗아 안정해지려는 성질 때문에 주변 세포들을 공격해 전자를 강탈하며, 이 과정에서 공격당한 세포는 손상된다.
따라서 활성산소가 너무 많이 생성되면 우리 몸의 각종 세포에 ‘산화작용’이 일어나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고 세포막, 단백질, 지질, DNA 등 다양한 조직에 구조적 변화를 야기한다.
그 결과 심혈관질환, 당뇨병, 호흡기질환, 치매 및 신경계질환, 간 및 신장질환, 피부 노화, 암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몸은 활성산소를 처리하는 방어 장치를 갖고 있다. ‘항산화물질’이 그 기능을 한다. 항산화물질에는 인체에서 만들어지는 물질(효소)과 식품으로 섭취하는 물질(비타민)이 있다. 인체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로는 슈퍼옥사이드 디스뮤타제(SOD), 카탈라제, 글루타치온, 코엔자임 Q10 등이 있다.
식품으로 섭취하는 물질은 비타민 C(아스코르브산)와 비타민 E(토코페롤), 카로티노이드(베타카로틴, 루테인, 라이코펜), 폴리페놀(카테킨, 레스베라트롤, 이소플라본, 안토시아닌, 퀘르세틴) 및 셀레늄, 아연 등 미량원소도 포함된다.
이들 항산화물질들은 활성산소를 중화하여 물·산소 등과 같이 무해한 형태로 바꾸고, 손상된 조직의 회복에 도움을 준다.
1969년 미국 듀크대학의 맥코드(McCord)와 프리도비치(Fridovich) 교수팀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소인 ‘슈퍼옥사이드 디스뮤타제(SOD: Superoxide Dismutase)’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항산화제 개발을 통한 질병 치료와 노화 억제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제 인류는 SOD를 비롯한 항산화물질들을 이용해 활성산소를 없애면 노화로 인한 각종 퇴행성 질환에서 해방되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줄 알았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연구들이 1990년대에 발표되었다.
1994년 발표된 ATBC(Alpha-Tocopherol, Beta-Carotene) 연구는 의학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도 충격적인 결과를 안겨준 연구 중 하나다. 당시 과학자들은 채소와 과일에 들어 있는 항산화제인 베타카로틴(비타민 A 전구체)과 알파-토코페롤(비타민 E)이 암을 예방할 것이라고 믿었다.
특히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들은 몸속에 유해한 활성산소가 많기에 이 ‘항산화 영양제’들이 폐암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었고,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핀란드 국민을 대상으로 핀란드 국립보건원과 미국 국립암 연구소의 공동연구로 ‘역사상 가장 큰 폐암 예방 연구’가 시작되었다.
1985년에서 1993년까지 하루에 담배를 5개비 이상(평균 1갑)씩 피우는 남성흡연자(50~69세) 약 2만 9천 명을 대상으로 ‘이중맹검(Double-blind)’ 방식으로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매일 약을 먹는 참가자도, 약을 주는 의사도 누가 진짜 영양제를 먹는지 모르게 하여 실험의 객관성을 높였다.
평균 6.1년 진행된 연구의 결과는 참담했다. “항산화 영양제를 먹으면 폐암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했으나 알파-토코페롤은 아무 효과가 없었고, 베타카로틴을 먹은 그룹에서 폐암 발생률이 18% 더 높게 나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비타민이 암을 막아줄 줄 알았는데, 흡연자가 베타카로틴 알약을 먹었더니 오히려 폐암에 더 잘 걸렸다.”결론이 나온 이 논문은 현대 의학에서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기념비적인 연구가 되었다.
ATBC 연구의 충격적인 결과 이후, 과학계는 이것이 일시적인 오류인지 아니면 정말 비타민 보충제가 위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후속 연구들을 진행하였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A를 복용한 사람들이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폐암이 더 많이 발생했다.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사망률도 더 많이 발생했다
이 연구 이후 “영양제는 안전하다.”는 믿음이 깨지고, 아무리 몸에 좋은 영양소라도 인위적으로 농축된 알약(보충제) 형태로 먹을 때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알게 됐으며, 전 세계 보건 기관들은 “흡연자는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절대 고용량으로 섭취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PART ④ ,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밝혀진 사실들
ATBC 연구 등을 통해 비타민 A와 E 보충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이후, 과학계는 비타민 C에 대해서도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50세 이상 남성 의사 약 1만 4천 명을 대상으로 매일 비타민 C 500mg과 격일로 비타민 E 400IU를 평균 8년간 장기 복용한 결과, 심혈관질환 발생률에서 비타민 C는 아무런 예방 효과가 없었고, 비타민 E는 출혈성 뇌졸중 발생 빈도를 74% 증가시켰다.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40세 이상 여성 약 7천6백 명을 대상으로 비타민 C, 비타민 E,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단독 혹은 복합적으로 평균 9년간 장기 투여했으나, 암 발생률 및 사망률에 아무런 예방 효과가 없었다.
비타민 D, 오메가-3도 마찬가지였다. 하버드 의대에서 주도한 대규모 연구(VITAL; VITamin D and OmegA-3 TriaL)에 따르면, 50세 이상 남성과 55세 이상 여성 약 2만 5천 명을 대상으로 5년간 매일 고용량(2000 IU) 비타민 D와 오메가-3를 보충해도 암 발생률이나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감소시키지 못했다.
놀라운 연구들이 바꾼 현대의 상식
이러한 일련의 연구 결과들은 전 세계 보건 가이드라인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1 흡연자 금기사항 | 현재 모든 종합비타민이나 영양제 주의사항에는 “흡연자는 고함량 베타카로틴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 문구가 들어가게 되었다.
2 항산화제의 역설(Paradox of Antioxidants) | 적당량의 항산화제는 건강에 좋지만, 필요 이상의 과도한 항산화제는 오히려 산화를 촉진하는 ‘산화 촉진제(Pro-oxidant)’로 변해 부정적인 효과를 낸다.
3 천연 식품의 중요성 | 알약 하나로 채소와 과일을 대신하려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과학자들은 다시 ‘음식 속에 들어 있는 복합적인 영양 성분’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었다.
항산화 성분 풍부한 채소, 과일은 조기 사망 예방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과일·채소 섭취는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들고 조기 사망을 예방한다.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미국 성인 6천1백 명을 약 28년 추시 관찰한 결과, 과일·채소 섭취량이 많은 군은 적은 군에 비해 총 사망률은 37%, 암 사망률은 35%,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24%가 낮게 나왔다. 이러한 결과는 하루 5회 분량 이상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라는 일반적인 권장 사항에 부합하였다.
69건의 관련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비타민 C, 카로티노이드, α-토코페롤의 식이 섭취량 또는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심혈관질환, 전체 암 발생률 및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감소했다. 이 결과는 개별 항산화제 자체의 효과 때문이 아니라 과일·채소에 함유된 여러 유익한 성분들의 ‘복합적인 작용’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만성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항산화제 ‘보충제’ 복용이 아닌 ‘식품’ 과일·채소 섭취량 증가를 권했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남미를 포함한 18개국 약 13만 5천 명을 대상으로 평균 7.4년을 추적 관찰한 결과 과일·채소·콩류를 많이 섭취하는 경우는 적게 섭취하는 경우에 비해 심혈관질환 사망은 27%, 비심혈관질환 사망은 16%, 전체 사망은 19% 감소했다. 하루 3~4회 섭취(375~500g)는 더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체 사망률 감소에 효과적이었다(*1회 분량은 미국 농무부(USDA) 기준인 과일/채소 125g으로 사과 중간 크기 1개 정도의 분량).
과일·채소·콩류 섭취가 많을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아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비타민 C, 비타민 E, 카로티노이드 등 항산화제들이 동맥 혈관의 지질 산화를 방지하고, 혈압을 낮추며, 혈관 내피 기능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식이섬유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기 때문이다.
현재 WHO 지침은 하루에 최소 5회 분량의 과일 또는 채소 섭취를 권장한다.
하버드 보건대학원 자료에 의하면 과일·채소·통곡물에 자연적으로 함유된 ‘항산화제’는 다양한 만성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제약회사에서 만든 고용량의 항산화 ‘보충제’는 식품과 같은 효과를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신선한 딸기 한 컵에는 항산화 활성이 높은 영양소인 비타민 C가 약 mg 함유되어 있다. 하지만 비타민 C 50g(일일 권장량의 667%)을 함유한 ‘보충제’에는 딸기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안토시아닌이나 플라보노이드와 같은 폴리페놀이 들어 있지 않다. 폴리페놀 또한 항산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항산화제는 다른 영양소, 식물성 화학물질 등과 함께 작용할 때 가장 효과적이기에 ‘한 가지 성분’으로 만들어진 ‘보충제’는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PART ⑤ 식품으로 먹는 항산화제가 영양제보다 더 좋은 이유
첫째, 음식 속 항산화제는 복합 구조로 작동한다. 과일·채소에 들어 있는 항산화 성분들은 단일 영양소가 아니라 수백~수천 가지 성분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형태다. 이 복합 구조는 각 성분이 서로 ‘시너지’를 내도록 설계되어 몸 안에서 더 효율적으로 작용한다. 단일 영양소만 넣은 보충제와 달리, 식품은 다양한 항산화제가 자연스럽게 조합되어 있어 더 효과적이다.
둘째, 음식은 과잉 섭취 위험이 거의 없다. 보충제는 흔히 고용량을 일시에 섭취하는데, 인체는 그것을 한꺼번에 소화하기 어려워 부작용이 종종 발생한다.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항산화 성분은 ‘식이섬유’의 존재로 인해 천천히 흡수되어 부작용 위험이 거의 없다.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전신적인 항염증 효과가 있고, 덤으로 변비도 예방한다. 이는 알약에는 전혀 없는 기능이다.
셋째, 실제로 음식 기반 항산화제 섭취가 질병 위험 감소와 연관된다. 대규모 관찰 연구에서 ‘식품’으로 섭취한 항산화 성분의 섭취량이 높을수록 심혈관질환, 암, 조기 사망의 위험이 감소한다. 반면, 항산화 ‘보충제’는 일부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만성질환 예방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결론이 대부분이다.
넷째, 의학적/영양학적 관점에서도 영양제보다 식품을 권장한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등 주요 기관의 권고처럼 “하나의 음식 또는 식품 그룹만으로 항산화가 다 해결될 수는 없지만, 과일·채소·견과류·통곡물 등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다.”는 것이 일관된 메시지다. 영양제는 보완적 역할은 할 수 있지만, 건강의 기본은 ‘다양한 항산화 식품’ 섭취에 있다.
참고로 항산화 물질은 색깔별로 종류가 다르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색상의 과일·채소를 매일 먹는 것이다. “Eat the rainbow(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의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먹자)”를 기억하자.
비타민 C 공급하는 가장 좋은 식품은 ‘과일과 채소’
비타민 C를 공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일과 채소를 다양하게 먹는 것이다. 고기·생선·우유·달걀 등 육식에는 비타민 C가 거의 들있지 않다. 따라서 육식인은 비타민 C 결핍이 생기기 쉽고, 채식인은 비타민 C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과일 100g당 비타민 C 함량은 키위 91mg, 대추 85mg, 딸기 63mg, 천혜향 60mg, 오렌지 56mg, 한라봉 53mg, 레몬 52mg, 파인애플 41mg, 밀감 31mg, 단감 29mg, 망고 22mg 등이다.
채소 100g당 비타민 C 함량은 케일 76mg, 피망 60mg, 시금치 51mg, 풋고추 44mg, 브로콜리 29mg, 양배추 29mg, 연근 28mg, 열무 27mg, 토마토 14mg, 감자 11mg, 고구마 11mg, 상추 11mg 등이다.
따라서 하루에 즐겨는 과일 1~2개나 채소 100~200g 정도만 섭취해도 비타민 C 하루 권장량인 100mg은 쉽게 충족된다.
비타민 C는 수용성 비타민이다. 수용성이란 물에 잘 녹는다는 말이고, 지용성이란 기름에 잘 녹는다는 말이다.
수용성 비타민은 열에 약하기에 자연 상태 그대로 먹는 것이 좋고, 하루 필요량 이상 섭취하면 소변으로 배출된다. 신선한 과일·채소를 매일 먹어야 하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영양소를 기준치 이상으로 섭취한다고 해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없다. 많은 건강기능식품에는 근본적으로 영양소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농도로 함유되어 있어 간이나 신장 기능에 손상을 주기도 한다.
영양 결핍을 걱정해서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각종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면, 그냥 영양분이 풍부한 식품을 먹는 게 훨씬 더 안전한 보험이다. 모든 영양소는 음식을 통해서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사람은 삶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받는다. 기본적으로 결핍이 없으니 사실상 보충할 것도 없다. 모자라지도 않는 영양소를 영양제로 보충하는 건 ‘값비싼 소변’을 만들 뿐이고, 돈 낭비에 불과하다.
아무리 잘 만든 영양제라도 식품을 대체할 순 없다. 비타민 C도 마찬가지다. 평상시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은 ‘메가도스(과잉 섭취)’가 아니라, 매일 꾸준히 과일·채소를 먹어 ‘적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평소 채식 위주의 식단을 실천하시는 분이라면 굳이 비타민 C 보충제를 챙겨 먹을 필요가 없다. 영양소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라 ‘과유불급(過猶不及)’이기 때문이다.
비타민 C는 많이 먹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 적당히 먹었을 때 몸에 가장 좋다.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자료에서 시사하는 가장 적정한 혈중 농도는 약 1mg/dL 전후이며, 이 수치는 보충제 없이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챙겨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
오늘 당신에게 필요한 건 고용량 비타민 C 알약이 아니라 키위 또는 밀감 1~2개 정도이다. 건강은 약에서 나오지 않는다. 매일 먹는 과일·채소가 보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