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결핍 (영양 권장량, 비타민D, 비타민B12)비타민 결핍, 영양 권장량, 비타민D, 비타민B12, 채식주의자, 종합비타민, 미량영양소

 솔직히 저는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비타민 결핍이 저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밥도 잘 먹고, 과일도 챙겨 먹으니까요. 그런데 몇 달 지나고 나서 이상하게 자꾸 피로하고, 손발끝이 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비타민 B12 수치가 바닥이었습니다. 다양하게 먹으면 괜찮다는 말이 항상 맞는 건 아니었습니다.



1.영양 권장량, 숫자만 알고 의미는 몰랐습니다.

비타민을 챙긴다고 마트에서 종합비타민을 집어 들면서도, 영양 권장량(RDA, Recommended Dietary Allowance)이 뭔지 제대로 따져 본 적이 없었습니다. RDA란 건강한 사람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영양소의 최소한의 양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이 정도는 먹어줘야 몸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기준선입니다.

그런데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RDA를 '권장'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이것보다 더 먹으면 더 좋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다는 겁니다. 실제로는 그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비타민에는 허용 상한 섭취량(UL, Tolerable Upper Intake Level)이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UL이란 건강에 해롭지 않은 최대 섭취량을 뜻하는데, 이 선을 넘으면 독성(toxicity)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독성이란 특정 물질이 과잉 축적되면서 신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상태입니다.

일반적으로 비타민은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상황에 따라 꽤 다릅니다. 지용성 비타민(fat-soluble vitamin)인 비타민 A, D, E, K는 체내 지방 조직에 저장되기 때문에 과잉 섭취 시 체내에 쌓여 독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수용성 비타민(water-soluble vitamin)은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되어 과잉이 덜 위험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무제한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타민은 필수 미량영양소(essential micronutrient)로 분류됩니다. 미량영양소란 체내에 소량만 존재하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영양소를 말합니다. 소량이 필요하다는 말이 대수롭지 않게 들릴 수 있지만, 그 소량이 채워지지 않을 때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직접 겪어보면 압니다. 저처럼요.


2.비타민D 결핍, 잘 먹어도 피해갈 수 없는 이유

제가 채식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골고루 먹으면 결핍이 안 생긴다"였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면 대부분의 비타민 결핍 위험은 낮아지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비타민 D는 예외입니다. 이건 식단을 아무리 다양하게 구성해도 비켜가기 어렵습니다.

비타민 D 결핍(Vitamin D deficiency)은 고령자, 실내 생활이 많은 직장인, 피부가 어두운 사람, 그리고 일조량이 부족한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 특히 흔하게 나타납니다. 비타민 D는 음식보다 햇빛을 통해 피부에서 합성되는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식품으로 충분한 양을 보충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KDCA)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서도 한국 성인의 비타민D 부족 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저 역시 채식 이전부터 비타민 D 수치가 낮았는데, 그때는 그 이유를 몰랐습니다. 음식을 안 가려 먹는다고 자부했는데, 햇빛이 문제였습니다. 하루 종일 실내에서 일하면서 비타민 D를 음식으로만 채우려 한 게 애초에 무리였습니다.

비타민 D 결핍이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골밀도 저하, 면역 기능 약화, 근육 약화 같은 증상이 천천히 진행되어 초기에 자각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저처럼 뒤늦게 수치를 확인하고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3. 비타민 B12 결핍은 채식주의자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채식을 시작한 지 6개월쯤 됐을 때 혈액검사를 받았는데, 비타민 B12 수치가 정상 범위 아래로 내려가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채소를 많이 먹으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비타민 B12는 동물성 식품에만 충분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식물성 식품에는 거의 들어 있지 않습니다.

비타민 B12 결핍(Vitamin B12 deficiency)은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그중에서도 완전 채식(vegan)을 실천하는 사람에게 높은 확률로 나타납니다.  MSD 매뉴얼(MSD Manuals)에서도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경우 비타민 B12 결핍 위험이 높아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비타민 B12가 신경계 기능 유지와 적혈구 생성에 관여하는 만큼, 결핍이 지속되면 말초신경병증이나 빈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타민 B12는 수용성이라 체내 저장량이 제한적입니다. 대부분의 수용성 비타민은 결핍이 수주 내지 수개월 내에 나타날 수 있는데, 이 속도가 생각보다 꽤 빠릅니다. 저는 6개월이라는 기간이 충분히 긴 줄 알았는데, 몸은 그보다 빠르게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비타민 결핍 위험이 높은 그룹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비만 수술(위 우회술 등) 후 영양 흡수 기능이 떨어진 사람

혈액투석 중으로 수용성 비타민이 투석 과정에서 손실되는 사람

알코올 사용 장애가 있어 흡수 및 대사 기능이 저하된 사람

동물성 식품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

일조량 부족이나 고령으로 비타민D 합성 능력이 낮아진 사람


이 그룹에 해당한다면 종합비타민(multivitamin) 보충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종합비타민이란 하루 권장량 기준으로 여러 종류의 비타민과 미네랄을 한 번에 보충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입니다. 물론 종합비타민으로 모든 결핍을 해결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고, 비타민 B12처럼 결핍이 명확한 경우에는 단독 보충제를 더 높은 용량으로 섭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의사나 영양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맞습니다.


비타민 결핍은 '잘 먹으면 안 생긴다'는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지만, 식단의 구성 방식에 따라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저처럼 채식을 하거나, 실내 생활이 길거나, 특정 건강 상태에 있다면 한 번쯤 혈액검사로 실제 수치를 확인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느낌이나 식단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몸이 보내는 신호가 생각보다 늦게 옵니다. 막연히 챙겨 먹는 것과 수치를 알고 보충하는 것은 꽤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비타민 결핍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MSD 매뉴얼 (https://www.msdmanuals.com/ko/home)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https://www.kdc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