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B12 (빈혈, 결핍 증상, 신경 손상,보충제)

 손발이 자꾸 저리고 이유 없이 피곤한 날이 이어진다면, 혹시 비타민 B12 부족을 의심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한동안 원인 모를 무기력함과 손가락 끝이 찌릿찌릿한 느낌이 지속됐는데, 알고 보니 B12 수치가 낮은 상태였습니다. 단순한 피로인 줄 알고 넘겼다가 뒤늦게 알게 된 경험이 있어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1.빈혈인데 철분제가 안 듣는다면? B12를 확인하세요.

빈혈이라고 하면 대부분 철분 부족을 먼저 떠올리시는데, 사실 비타민 B12 결핍도 심각한 빈혈을 일으킵니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바로 거대적아구성 빈혈(Megaloblastic Anemia)입니다. 거대적아구성 빈혈이란 적혈구가 정상보다 비정상적으로 크게 만들어지면서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적혈구가 크기만 크고 실제로 산소를 나르는 능력은 떨어지는 겁니다.</p>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부분이 정말 헷갈렸습니다. 철분제를 먹어도 피로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거든요. 나중에 혈액검사를 다시 해 보고 나서야 B12 문제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철분 수치만 봤지, B12를 따로 확인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습니다.

비타민 B12가 부족하면 적혈구가 충분한 산소를 조직으로 운반하지 못합니다. 그 결과로 무기력함, 어지럼증, 심박수 증가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런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면 심장과 뇌를 포함한 주요 장기에도 부담이 누적될 수 있습니다. 빈혈 증상이 있는데 철분제 효과를 못 느끼고 계신 분이라면, 한 번쯤 B12 수치도 같이 체크해 보시길 권합니다.


2.손발 저림부터 인지 저하까지, 결핍 증상이 이렇게 다양합니다.

비타민 B12 결핍에서 가장 먼저 신호를 보내는 곳이 신경계입니다. 실제로 B12가 결핍된 환자의 약 70~90%에서 말초신경병증(Peripheral Neuropathy) 증상이 나타난다고 보고됩니다. 말초신경병증이란 뇌와 척수에서 뻗어나가는 말초신경이 손상되는 상태로, 발바닥이나 손바닥이 따끔거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증세가 대표적입니다.

저도 초기에 발바닥이 모래 위를 걷는 것처럼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바로 이 신호였습니다. 당시에는 단순한 혈액순환 문제겠거니 했는데, 제 경험상 이런 감각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그냥 넘기지 않는 게 낫습니다.

결핍이 심해지면 증상은 더 광범위해집니다. 삼성서울병원 자료에 따르면, 손발 저림에서 시작해 운동 장애, 설염(혀에 염증이 생겨 표면이 매끄러워지고 통증이 생기는 상태),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집중력 저하와 기억력 감퇴 같은 인지 기능의 저하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출처: 삼성서울병원). 이 장애들이 서서히 진행된다는 점이 더 위험합니다. 초기에는 워낙 애매한 증상이라 다른 이유로 오해하기 쉽거든요.

특히 최근에는 B12 결핍이 알츠하이머, 우울증, 심혈관계 질환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B12 보충제가 이런 질환의 위험을 직접 낮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서, 저는 예방 차원에서 기대치를 너무 높이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결핍을 막는 것과 이미 발생한 질환을 치료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3.누가 특히 B12 결핍에 취약할까요?

비타민 B12는 주로 육류, 생선, 달걀, 유제품 같은 동물성 식품에 들어 있습니다. 채식주의자나 비건(Vegan) 식단을 오래 유지하신 분들은 식사만으로 충분한 양을 섭취하기 어렵습니다. 제 주변에도 비건을 3년 이상 유지한 분이 있는데, 따로 보충제를 먹지 않다가 결핍 판정을 받고 나서야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식단 외에도 위장 기능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위 점막에서 분비되는 내인성 인자(Intrinsic Factor)라는 단백질이 B12 흡수에 꼭 필요합니다. 내인성 인자란 소장에서 비타민 B12가 혈액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 운반 단백질입니다. 위절제 수술을 받았거나, 위축성 위염이 있거나, 위산 억제제를 오래 복용 중인 분들은 이 인자가 줄어들어 B12 흡수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B12 결핍 위험이 높은 대표적인 경우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채식주의자 및 비건: 동물성 식품 섭취가 없거나 극히 적어 식이 공급이 차단됩니다.

* 65세 이상 고령층: 나이가 들수록 위산 분비가 줄어들어 내인성 인자 생성도 감소합니다.

* 위 수술 경험자 또는 위축성 위염 환자: 흡수 경로 자체가 손상된 상태입니다.

* 프로톤펌프억제제(PPI) 또는 메트포르민 장기 복용자: 이 약물들이 B12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위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혈액검사를 통해 B12 수치를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영양보충제 정보 사이트에서도 이 위험군에 대해 동일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출처: NIH Office of Dietary Supplements).


4.보충제, 정말 필요한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시중에 나온 비타민 B12 보충제를 보면 함량이 500 mcg, 1,000 mcg짜리도 흔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한국 성인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2.4 mcg 수준입니다. 숫자만 보면 수백 배 차이가 나는데, 이걸 무조건 많이 먹으면 좋은 걸까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B12는 수용성 비타민이라 과잉 섭취 시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어서 안전하다고들 하는데, 고함량을 장기간 복용했더니 저는 피부 트러블이 생겼습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결핍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고함량을 먹는 게 능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DNA 합성(DNA Synthesis)에도 B12가 관여합니다. DNA 합성이란 세포가 분열할 때 유전 정보를 복제하는 과정으로, 이 과정에 B12가 부족하면 세포 분열 자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혈액세포처럼 빠르게 교체되는 세포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습니다. 결핍 자체가 위험한 이유이기도 하고, 반대로 충분한 상태에서 추가 보충이 큰 의미가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보충제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혈액 검사입니다. 수치를 확인하지 않고 보충제부터 집어드는 건, 진단 없이 약을 먹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특정 약물을 복용 중이거나 기저 질환이 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시길 바랍니다.


비타민 B12는 결핍됐을 때 조용히, 그러나 꽤 넓은 범위에서 몸에 영향을 미칩니다. 손발 저림이 대수롭지 않아 보여도, 그것이 말초신경 손상의 시작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겪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채식을 하거나, 나이가 있거나, 위장 문제가 있다면 지금 당장 B12 수치 확인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 전문가에게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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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삼성서울병원, 지식인, NIH Office of Dietary Supp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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